
닿지않을 나의 속삭임이 공기중으로 분하여 저 검검한 그림자 사이로 모습을 잃은 채 녹아내린다. 이건 나의 귀곡성, 세상 그 무엇보다 커다란 소리없는 서러움. 이건 나의 무너짐, 세상 그 무엇보다 초라한 낯 위로 가장해낸 태연함. 문득 내 곁에 바람이 일어 그에 가장 소중하였던 네게로 전하여 내었다. 나라는 사람을 가득 채워내었던 너라는 이의 행방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. 내 곁에 늘상 자리하던 네 온기대신 자리한 이 싸늘한 바람이 네 행방의 답이냐고. 입 밖으로 토해낸 외로움이 가장 큰 너의 빈자리를 가슴 속에 그로 하여금 만들어낸다. 빈자리가 만들어 낸 공허함이 오롯 너로 채워져있던 나의 커다란 세계를 대신한다. 그 거대함에 온통 비워져버린 내 세계가, 나는 더 초라해 보이더라. 네가 없기에 나는, 영원 비어있는 사람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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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지가 개벽하여 울림없는 땅이 무너지고 내 발끝은 컴컴하니 무엇 보이지 아니하는 지하에 갇혀 그곳 올라온 손 하나가 너를 향한 내 발의 향방을 아래로 끌어 당기는데, 온몸에 힘이빠져 그것 뿌리치지를 못해. 뿌리치고서 당연 네 옆으로 가야만 하는데도 그걸 알면서도 나는 그를 행할 수조차 없어서. 다만은 죽을것만 같은 이 마음에도 살겠다고 몰아쉬는 숨이, 그 숨소리 하나가 나는 그저... 입 밖으로 미약하니 뱉어내는 이 자그마한 공기의 흐름조차 그저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순간이라. 다만은 이 힘겨운 숨소리 하나 기다려주지 아니한 채 순행따라 흘러가는 구간사이, 처연히 자리한 네 모습을 보며 내가 무어를 생각하였느냐 묻는다면 나의 응답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요, 담겨지지 않은 빈 공백이로다. 지금 이 순간 무엇 내가 입을 열기라도 하면 곱게 뉘어진 너의 허상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것만 같아 나는 숨조차 쉬이 쉬어내지를 못해. 눈을 들어 너를 향해 묻는다. 내 눈 굴러가는 행의 하나하나가 너를 향한 혀의 구르름이요, 내 힘겨이 삼켜내는 체액에 움직임 보이는 목울대가 너를 향해 물음짓는 내 언의 마침이로다. 여기에 있어서는 아니되는 네가 왜 여기에 있느냐고. 왜 내 눈앞에서 그러한 가냘픈 모양새를 하고서 나를 맞아든 것이냐고. 내가 원한건 그저 집에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네 온기. 품에 안으면 지친 나를 녹여줄 너라는 이의 존재, 그거 하나말곤 외에 무어든 바라는 건 무엇 하나 없었는데. 나의 간절한 소망하나가 당신께는 그리도 들어주지 못할 고약한 속내였던 것인지 지독히도 나의 지니어진 모든것들을 억누르는데. 문득 시야에 들어온 네 모습이 낯이 설어 나는 필히 자유로울 이 두 발새로 무엇 족쇄라도 감겨버린만치 미동없이 그리 너를 바라보고만 있어.내 눈 껌뻑임에 어여쁜 이가 고운 날개를 펼쳐들고 하늘로 날아가버릴새라, 그것이 두려워 나는 마냥 너를 향해 눈 맞추어내고 있는데. 내 사람아, 너 왜 거기에 있느냐고. 너를 이렇게나 원하고 있는 내가 여기있는데 너는, 왜 거기 있느냐고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