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검 주 스물 여섯 女 1991.12.13
백육십 일센티, 미용
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
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_ 최영미
*
새벽의 늪이 스산하다. 올라오는 냉기에 금세라도 저 밑까정 가라앉아버릴 것만 같이. 불어오는 바람하며 귓가에 내려앉은 울음하며 여즉 제 귀에는 선한 것이 언제나와 같은, 그건 다름아닌 검 주의 망상이 자아낸 영상이란 것임을 알면서도. 다만은 검검한 눈을 들어 이 손이나마 움직여 본다. 스쳐지나가는 바람일랑 결코 제 손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은 몇번이고 나는 꼭 눈을 잃은 장님마냥 허공을 더듬으며... 내가 이리 손을 뻗어도, 너는 끝내 내게 잡혀주지 않을테지만. 이에 고 입께 위로 올려 그리어낸 웃음이나마 머금고서는. 언제야 그랬냐는 양, 눈 앞 모든 것은 주객이 전도되어 뒤집어지고. 흐릿한 눈이나마 느릿하니 끔뻑이고서. 그저 눈 돌리어 창 밖 풍경을 담아낸다. 바뀌어지는 풍경을 그로 하여금 감흥없이 훑는다. 다만은 그에 감히 물음 하나 던져보자면... 그네들은 왜 여즉 제 갈 길을 잃고 이곳에 맴도는가. 남는건 아무것도... 정말 아무 것도 없는데. 가만 언 중얼여본다.
"...남는건 아무 것도 없어요."
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가요, 당신이, 있을 곳으로.
기억은 눈물 밖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같은 것이다
윤성택_ 도시인
***
으스러지지 않는 세계가 있다
닿을 수 없는, 닿아서는 안 되는 세계가 있다
권현형_ 나는 당신이 아프다
비는 내리어 저 바닥께에 자그마한 타원을 남기어내고. 물방울 바닥에 마찰하여 자아내는 무분별한 연주에 그 울림을 귀에 가만 들어보자니 꼭 그 울림새로 네 울음이 들려오는 것만 같이. 툭툭 내리는 빗방울이 톡톡 내 마음을 자꾸만 건들이는데 나는 차마 그것 막아내지를 못하고. 내리는 비에 무엇 가리지 아니한 채 그저 흠뻑 젖어간다, 그에 내 마음도 젖어간다. 비는 그친지 오래인데 내 마음에 짙은 여운을 남기어. 너는 비와도 같다. 너 역시 비와같이 내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.
***
* 본 인장은 무료배포 사이트에서 가져온 인장입니다. 행여 이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.
흘러넘치는 검은 흑단마냥 온통 컴컴한 흑색의 머리칼이 그이 목의 덜미께, 그 즈음에서 찰랑였나니. 동그란 머리통, 그곳 자리한 결 좋은 머리칼을 가만 빗어내어 늘어뜨리구서. 둥그런 이마는 매끄러이 하얀 모양새를. 이따금씩 그 위로 몇 가닥이나마 불어오는 바람에 제 머리칼이라도 흘러내릴때면 꼭 고 입으로 숨 한 덩어리 푸욱 내쉬고서 그것, 쓸어넘길테니. 갸름하니 자그마한 타원형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자면은 섬세하니 꼭 공들여 빚은듯한 보기좋은 그이 눈 코 입, 이목구비가 그곳에 모여있더라. 잘 다듬어진 짙은 흑색의 눈썹하며 그리고 그 아래로는 저 위까정 올라간 아몬드 형의 눈이 자리잡고 있더랬지. 가만 웃음 보이자면은 둥그러이 휘어지는 그 안, 검은색의 빛나는 눈동자가. 검은 음영 위로하여 흑색의 눈동자가 껌뻑 감기어지는 눈두덩이 사이로 그 자취를 감추었다. 유난히도 도톰한 애굣살이 그 아래에 모습 보이었노라. 그리고 그 위께에는 얇지만은 뚜렷한 쌍커풀이 자리하였으니. 꽤나 높지만 다른이들의 시선하에 있어 부담스레 그저 높게만 솟아오른 코는 아니었음이라. 동그란 콧망울 아래로는 보기좋은 형태의 입술이 멀끔 입 올리어 웃음 보여낼터이니. 그이의 희멀건 피부는 그 허연 빛깔과는 달리 예의 그 병자들의 것들과는 달리 생기를 갖추고 있다더라. 전체적으로 곡선의 흐름이 여리한 몸은 고 뱃가죽 아래로 별다른 군살없이 그 태가 탄하여. 입는 것이라고는 검정, 정장. 일할때 말고는 가끔이야 하얀 루즈핏의 셔츠에 검은 스키니를 입고서.
그는 상처투성이였다. 그는 상처투성이였다. 상처를 보면 상처를 본 사람이 놀란다.
상처입은 사람은 벌써 상처를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. 하지만 잊을 순 없을 거야. 잊을 순 없을 거야.
보노보노
검 주
하나_ ...만나야 되는 사람이 있어요.
당신을 좇아 여기까지 왔는데... 나는, 나는 모르겠어요.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. 그러니 당신, 지금 거기 있어요? 있다면 대답 좀 해줘요.
둘_ 가는 손가락 사이에서도 유달리 가는 왼손 검지.
셋_ 어디든... 어디든.
가끔 휴대폰 꺼두고서 몇 일간 어디를 다녀오는데. 무어 말을 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니까... 다들 미련이라 말하지만 너와 나는 마지막 순간 이전에도 많은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.
L
비
무작정, 걷기
원두커피 - 향
H
공허
가끔, 외로울 때
***
SL > ALL
도란
01